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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 히메유리의 탑 완전 가이드 — 잊지 않기 위한 여행

2026.02.28 15분 읽기 11 0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 히메유리의 탑 완전 가이드 — 잊지 않기 위한 여행

1945년 봄, "쇠의 폭풍(鉄の暴風)"이라 불린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 전쟁 최대의 지상전이었습니다. 82일간의 전투로 약 24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오키나와 민간인만 9만 4천여 명 — 당시 인구의 4분의 1이 희생되었습니다. 오키나와 남부에는 이 비극을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전적지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관광과는 다른 차원의 여행, "평화 순례"를 안내합니다.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전경 —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마부니 언덕
이토만시 마부니에 위치한 평화기념공원 전경. 오키나와 전투 최후의 격전지였던 이 언덕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한다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오키나와 전투 — 82일간의 "쇠의 폭풍"

1945년 4월 1일, 미군 약 18만 3천 명이 오키나와 본섬 중부 해안에 상륙했습니다. 일본군은 본토 결전의 시간을 벌기 위해 "지연 전술"을 택했고, 오키나와는 그 방패가 되었습니다. 전투는 남쪽으로 밀리며 82일간 계속되었고, 6월 23일 일본군 사령관 우시지마 중장이 자결하며 조직적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피해 규모는 참혹했습니다. 일본군 약 9만 4천 명, 미군 약 1만 2,520명 전사, 그리고 오키나와 민간인 약 9만 4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간인 사망자 중에는 일본군의 강요에 의한 "집단 자결(集団自決)" 희생자도 포함되어 있어, 전쟁의 비극이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줍니다.

마부니 절벽 — 오키나와 전투 최후의 격전지
이토만시 마부니의 절벽. 1945년 6월, 추격당한 군인과 민간인이 이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 현재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평화의 초석(平和の礎) — 24만 명의 이름

평화기념공원의 핵심은 평화의 초석입니다. 1995년 전후 5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이 기념비에는 국적·군인·민간인 구분 없이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인과 대만인을 포함한 약 24만 1,593명의 이름이 검은 화강암 비석에 빼곡히 적혀 있으며, 매년 새로 확인된 이름이 추가됩니다.

비석들은 동심원 형태로 배치되어 바다를 향하고 있습니다. 설계 의도는 "과거의 전쟁을 바라보고, 바다 너머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다"는 것입니다. 각 비석의 앞에 서면 새겨진 이름 하나하나가 한때 살아 숨 쉬던 사람이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평화의 초석 — 24만 명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 화강암 비석들
평화의 초석. 국적과 군민 구분 없이 오키나와 전투 전사자 241,59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매년 6월 23일에 신규 확인된 이름이 추가된다 (Wikimedia Commons, CC0)

오키나와현 평화기념자료관 — 전쟁의 실상

공원 내 평화기념자료관은 오키나와 전투의 실상을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일반적인 전쟁 박물관과 달리, 민간인의 시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상설 전시실은 류큐 왕국 시대부터 전후 미군 통치, 1972년 본토 복귀까지의 오키나와 역사를 시간순으로 다룹니다.

가장 충격적인 공간은 "증언의 방"입니다. 전쟁을 경험한 오키나와 주민들의 육성 증언이 영상과 음성으로 제공되며,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방공호에서의 공포, 가족을 잃은 슬픔, "집단 자결"의 강요 등 생생한 기억이 방문자의 가슴을 울립니다.

관람 정보: 입장료 대인 300엔, 중학생 이하 무료. 9:00~17:00 (입관 16:30까지). 한국어 음성 가이드 무료 대여 가능.

오키나와현 평화기념자료관 외관
오키나와현 평화기념자료관. 민간인의 시점에서 전쟁의 실상을 전하는 박물관으로, 다국어 증언 영상이 제공된다. 입장료 300엔 (Wikimedia Commons, CC BY 4.0)

히메유리의 탑 — 소녀들의 전쟁

히메유리(ひめゆり)는 오키나와 사범학교 여자부와 오키나와현립 제1고등여학교의 통칭입니다. 1945년 3월, 15~19세 여학생 222명과 교사 18명"히메유리 학도대"로 동원되어 남풍원(南風原)의 육군병원에서 부상병을 간호했습니다.

6월 18일, 일본군은 갑작스럽게 학도대 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전쟁터 한복판에 아무런 보호 없이 내몰린 소녀들은 포격·기아·자결로 숨져갔습니다. 학생 136명, 교사 11명이 전사했으며, 대부분이 해산 명령 이후 며칠 사이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에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 학생들의 사진과 편지, 동굴 병원의 재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나와 같은 나이의 소녀였다는 사실이, 전쟁의 잔혹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히메유리의 탑 — 여학생들이 숨진 이하라 제3외과호 입구
히메유리의 탑과 위령비. 1945년 6월 19일 미군 가스탄 공격으로 다수가 희생된 이하라(伊原) 제3외과호 동굴 앞에 세워져 있다 (Wikimedia Commons, CC BY 2.5)

구 해군사령부호 — 지하 450m의 참호

나하시 토미구스쿠에 위치한 구 해군사령부호는 1944년 일본 해군이 파낸 총연장 약 450m의 지하 참호입니다. 오키나와 방면 해군의 사령부로 사용되었으며, 1945년 6월 13일 오타 미노루 사령관 이하 약 4,000명이 자결했습니다.

현재 약 300m 구간이 공개되어 있으며,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직접 걸을 수 있습니다. 사령관실 벽에는 수류탄에 의한 파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쟁의 흔적을 생생히 전합니다. 오타 사령관이 본토에 보낸 마지막 전문 — "오키나와 현민은 이렇게 싸웠습니다. 현민에 대해 후세 특별한 배려를" — 은 오키나와 주민의 희생을 상징하는 문구로 유명합니다.

구 해군사령부호 내부 — 지하 참호 통로
구 해군사령부호 내부 통로. 총연장 450m 중 약 300m가 공개되어 있다. 벽면에 수류탄 파편 자국이 남아 있어 전쟁의 참상을 전한다 (Wikimedia Commons, CC BY 2.5)

핵소 고지(ハクソー・リッジ) — 마에다 절벽의 실화

2016년 멜 깁슨 감독의 영화 "핵소 고지(Hacksaw Ridge)"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마에다 고지(前田高地)는 우라소에시에 위치합니다. 1945년 4~5월, 이 150m 높이의 절벽에서 일본군과 미군이 격렬한 접전을 벌였습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Desmond Doss) 일병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무기를 들지 않으면서도 이 절벽에서 75명의 부상병을 밧줄로 내려 구출했습니다. 그는 미 육군 최초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 출신 명예 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현재 마에다 고지에는 우라소에 성터가 남아 있으며, 절벽 위에서 동중국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영화 팬이라면 실제 절벽 위에 서서 데스몬드 도스의 용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우라소에 성터(마에다 고지) — 핵소 고지의 실제 무대
우라소에 성터에서 본 마에다 절벽. 영화 "핵소 고지"의 실제 무대로, 1945년 4~5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현재는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6월 23일 위령의 날 & 평화 순례 가이드

매년 6월 23일은 오키나와에서 "위령의 날(慰霊の日)"로, 오키나와 전투 종결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날 평화기념공원에서는 오키나와 전몰자추도식이 열리며, 일본 총리를 포함한 각계 인사와 유족이 참석합니다. 정오에는 1분간의 묵념이 이루어지며, 초등학생이 낭독하는 "평화의 시(平和の詩)"는 매년 큰 감동을 줍니다.

추천 순례 코스 (1일)

  • 오전 9:00 — 구 해군사령부호(나하시 토미구스쿠, 약 40분)
  • 오전 10:30 — 히메유리의 탑 &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이토만시, 약 90분)
  • 점심 12:30 — 이토만 어항 직매시장(まちぐゎー)에서 해산물 식사
  • 오후 14:00 — 평화기념공원: 평화의 초석 → 평화기념자료관(약 2시간)
  • 오후 16:30 — 마부니 언덕에서 석양 묵상

방문 팁

  • 교통: 나하 버스터미널에서 89번 버스로 평화기념공원까지 약 1시간. 렌트카가 편리
  • 소요 시간: 전 코스 하루, 평화기념공원만 방문 시 2~3시간
  • 복장: 걷기 편한 신발, 여름에는 모자와 물 필수
  • 예절: 추모 시설에서는 조용히 행동하고, 히메유리의 탑 앞에서는 묵념을
  • 6월 23일: 위령의 날은 오키나와 공휴일. 추도식 전후로 공원이 혼잡
6월 23일 오키나와 전몰자추도식 — 평화기념공원
매년 6월 23일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오키나와 전몰자추도식. 총리를 비롯한 유족과 시민이 참석하며, 정오에 1분간 묵념을 올린다 (Wikimedia Commons,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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